2011년 05월 16일
74-1 버스
 그제도 보고 어제도 보고 오늘도 보고. 깐깐하실것 같은 외모의 가운데 머리는 자연스럽게 꼬부랑 세워져 있다. 차가 없는 작은 길에선 주위를 살피시곤 신호를 어기실 때도 있다. 신호등 앞에서 정차를 하실 때면 눈을 지긋이 감으시기도 한다. 그럴때면 밤 길 불빛에 아저씨 눈 주위의 명암도 잠잠해진다.  
 버스의 맨 앞자리에 타는 것은 좋다. 창이 넓은 것이 좋고 기사 아저씨와 가까이 있는 것도 좋다. 보통은 아저씨 대각선뒷자리를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아저씨 바로 뒤에도 앉는다. 그 자리는 좀 더 안정감을 준다. 답답하지 않고 탁 트인 이 자리도 기사아저씨가 방귀를 뀌셨을 땐 예외이다.  
 웃으시며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시는 버스기사 아저씨가 오늘은 기분이 안좋으신가보다. 매너가 안좋은 다른 운전자에게 고함도 지르신다. 아저씨 머리에 항상 개구장이처럼 솟아있는 머리가 오늘은 더 쫑긋한가 보았더니 더 풀이 죽어있다.
 
by 두들리 | 2011/05/16 01:56 | 수첩을 놓고 다닐 때도 있다 | 트랙백 | 덧글(1)
2011년 04월 04일
달걀 후라이
 
 나는 가끔씩 비몽사몽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충격을 경험한다. 아침, 달걀을 하나 집고 가스레인지에 후라이팬을 올려 논 다음 불을 붙인다. 올리브유를 두르고 그것이 팬 전체에 고루 퍼질 수 있도록 이리저리 기울인 다음 불의 세기가 알맞은지 확인한다. 아침에 밥맛이 없을 땐 계란후라이를 해먹는 것은 좋은 선택이다. 그것의 부드러운 목넘김이 좋다. 주방 어디 모서리에 달걀의 단단한 껍질을 두르려 깬다음 흘러내리는 점액을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요리 과정이다. 그런데 이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달걀의 노른자가 두개가 나올때가 있다. 이 경험은 여태까지 과정의 자연스러움을 단번에 전복시킨다.
 보통 하나의 조개껍질 속에는 하나의 조개가 들어있듯 전형적인 달걀 역시 하나의 알 속에는 하나의 노른자를 가져야 한다. 달걀후라이를  먹는 경우는 아침 점심 저녁 중 아침일 때가 제일 많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예기치 못한 상황에 무장이 되어있을 정도로 기민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는 달걀 후라이에 노른자가 하나든 두개든 그렇게 생경하지 않다고, 무슨 엄살이냐 할 수도 있다. 달걀을 받아 먹는 자와 요리해 먹는 자는 다른 세기 사람이다.
 이 괴상한 기분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후라이가 된 그것은 뒤집게로 뒤집는 과정 또한 특별한 주위를 필요로 한다. 무개 중심이 양쪽으로 분산되기 때문에 어쩌면 더블 뒤집게를 만들어 내야 할 필요도 생긴다. 접시에 담아 식탁에서 후라이를 먹는데, 계속되는 야리꾸리한 기분은 그때 배가 된다. 나는 그것을 체화해야 하는 것이다. (달걀후라이를 버릴 수는 없다)
 그 단백질과 지방은 나의 몸 이곳 저곳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두 팔과 두 다리와 얼굴과 몸통을 가지고 있는 표준적인 나의 몸에 말이다. 그러나 노른자를 터트려 그 징그러움을 조금이라도 누그러트리는 방법이 있긴하다. 쌍란에 이미 정신이 든 나에게(혹은 대접하는 손님에게) 오늘 노른자는 좀 크다고 하는 것이다.
by 두들리 | 2011/04/04 02:38 | 수첩을 놓고 다닐 때도 있다 | 트랙백 | 덧글(2)
2010년 08월 24일
이야기들

 하늘에서 DELFT비행기가 떼굴 떼굴 구르고 있었어. 그걸 본 나는 동생에게 말하는 투로 혼자 지껄였지. 그러나 그건 추락하는 비행기였어! 그리고 그것은 점점 우리를 향해 추락하고 있었지. 도시가 술렁이는 걸 느낄 수 있었어. 그렇게 비행기는 점점 더 이곳 가까이로 추락하고 있었고... 나와 내 동생은 초조해 졌지. 그러다 나는 우리 집의 큰 식탁 밑에 몸을 피해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때 쯤은 거의 비행기가 땅 가까이 추락한 상태였지. 난 동생에게 소리쳤어. 어야! 빨리 이쪽으로 와! 빨리 와! 동생과 허겁 지겁 몸을 부둥켜 안았어. 그래봐야 탁자와 의자는 모두 타버릴 것이란 걸...알고 있었지.
 비행기가 땅에 곤두박질 치고, 우리는 서로를 아주 진하게, 그리고 처절히 부둥켜 안았지. 식탁이 흔들리고, 비명소리가 들렸었던가. 안들렸었던가.
 추락한 비행기는 우리집에선 꽤 거리가 있는 곳에 추락했어. 나는 창문으로 그 현장을 보았지. 술렁이는 사람들과 거대한 화염들... 
 나와 내 동생이 그 뒤로 어떤 말을 주고 받았는진 잘 기억이 안나... 말을 안 했을 수도 있었겠군. 그러나 우리집에도 그 사고의 여파로 곳곳에 불이 타고 있었어. 나는 당장 소화기를 찾아 침착하게 설명서를 읽어 본 후 우스꽝스럽게 불을 껐지.
 나는 이 사건에서 어떤 특별남을 예감했어. 그리고 나는 집 밖을 나섰지. 두둑한 지갑이라도 주워 볼 생각으로.
 
 
 
 
 

by 두들리 | 2010/08/24 17:22 | 수첩을 놓고 다닐 때도 있다 | 트랙백 | 덧글(1)
2010년 02월 02일
International Film Festival Rotterdam
 1월 17일부터 2월 7일까지 로테르담에서는 지금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행운스럽게도 나는 11월 초 쯤에 자원봉사를 지원하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지원서를 내고 그 후로 Karel Doorman Straat에 위치한 영화제 사무실을 들렸었다. 짧은 인터뷰와 영화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원봉사를 하게 될 부서를 정했다.


South Korea Films in 39th IFFR
 이번 영화제의 개봉작은 박찬옥Park Chan-Ok 감독의 파주Paju이다.그리고 그 외에도 한국 영화들이 꽤 참여해 있다. 카탈로그를 참고해서 나열하자면, 봉준호Bong Jun-Ho감독의 마더Mother, 정성일Jung Sung-Il 감독의 카페누아르Cafe noir, 이용주Lee Yong-Ju감독의 불신지옥Possessed, 이두나Lee Doo-Na감독의 Drop, 함경록Ham Kyoung-Rock감독의 숨Elbowroom, 마하마트 살레 하룬Mahamat-Saleh Haroun감독의 Expectations(9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젝트), 이연우Lee Yeon-Woo감독의 거북이 달린다Running Turtle, 장건재Jang Kun-Jae감독의 회오리 바람Eighteen, 조수진Jo Su-Jin감독의 보고싶어요I miss you, 봉준호Bong Jun-Ho감독의 인플루엔자Influenza, 이만희Lee Man-Hee감독의 삼각의 함정A Triangular Trap, 김경묵Kim Kyung-Mook감독의 Sex/Less, 최양일Choi Yang-Il감독의 Soo, 라브 디아즈Lav Diaz감독의 나비들에겐 기억이 없다Butterflies Have No Memories, 황철민Whang Cheol-Min감독의 양 한마리 양두마리Moscow가 있다.

Festival Locations
 주요 영화관 위치는 De Dolelen, Rotterdam Schouwburg, Pathe Schouwburgplein, Cinerama Filmtheater, Lantaren/Venster, Oude Luxor Theater, Zaal De Unie이다. 로테르담에서는 모두 유명한 영화관들이고, 이들 서로는 도보로 최대 10분정도 거리에 있어 이동하는데 불편함은 없다. 


Daily Tiger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는 축제 기간 동안 무료 일간지 Daily Tiger를 출판한다. 이 신문엔 영화에 대한 감독의 설명도 있고, 비디오 마켓에 관련한 유투브Youtube나 러브필름Loveflim등에 대한 의견, 프랑스 독립영화 채널인 IF Televition에 대한 기사와 인터뷰, 축제 관련자들이 말하는 로테르담 영화제, 그 날의 프로그램, 그리고 다른 영화제 광고들 등이 실린다. 언어는 영어와 네덜란드어 두가지가 함께 있고 분량은 각 5, 6페이지 정도이다. 어디 영화관이든 가벼운 음료와 함께 이 신문을 읽고 있는, 혹은 뒷 주머니에 차고 있는 관람자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IFFR Doorman
 매일 오직Enjoy! 라고 적힌 메일과 함께 Doorman Team으로부터 '자원봉사자 전용 뉴스레터'가 온다. 여기를 통해서 다른 역활을 담당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일을 살펴 볼 수 있고, 어제의 에피소드 등도 실려 있다. 오늘 읽은 기사엔 토요일에 열렸던 자원봉사자 파티에서 어느 한명이 왜 여기있는 사람들은 다 목걸이 이름표를 차고 있냐 물었다고. 그러면서 일반인이 그 파티에 침입한 것 같다는 기사가 있었다. 편한 말투로 마치 친구에게 축제를 리뷰하는 듯 한 신문이다. 그리고 그 날 생일을 맞는 사람들을 축하하는 작은 구석은 귀엽지 않을 수 없다.

Volunteering
 내가 맡은 일은 Screen Attendance:Zaal Wacht이다. 그리고 나는 이 일이 너무 좋아 졌다. 
 영화가 시작되기 30분 전 부터 관람자를 맞을 준비를 한다. 보통 4명이 한 조로 각 배정된 영화관람실에서 이번 영화의 예약률, 스케쥴-감독의 소개, 영화관람, 질문과 답변 시간-을 확인한다. 관람실 문이 열리면 관람자의 영화표를 확인해 주고, 관객상Audience Award을 위한 점수표(?)를 나누어 준다. 그리고 가장 기다려 지는 영화관람!!
 보통 우리는 문 바로 옆 자석에 앉아야 한다. 그렇다 보니 항상 가장 앞 줄 아니면, 가장 뒷 줄이다. 오늘 같은 경우는 가장 앞줄에서 영화를 3편을 보게 되었는데, 나중에는 울렁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 또한 별난 경험이며, 바꾸고 싶지 않다.
 영화가 끝나면 불이나케 문으로 출동해야 한다. 사람들로 부터 그 영화에 대한 점수표를 수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점수표는 1점부터 5점까지 세로로 줄지어 있고, 사람들은 나름의 점수 옆꾸리를 살짝 찢어 반납하면 된다. 그리고 쓰레기를 줍고, 분실물을 수거하고, 영화관 스크린 앞 가장 가운데에 한번 서 보기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끝난다.    
 일을 하면서 보는 영화 외에도, 영화를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하지만 일이 끝나고 영화를 또 보기엔,,, 엉덩이와 눈이 너무 고달파!
 선물상자는 언제나 반갑다. 우리를 포함하는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빨간 가방 속엔 460페이지가 넘는 축제 카탈로그, 네덜란드 방송의 한 구성 단체인VPRO프로그램 가이드, 짠 팝콘과 축제 티셔츠가 있다. 

Flying Tiger
 자원봉사의 많은 역할들 중에 재미있는 것이 있었다. 맡은 일이 screen attendance면 축제기간 내내 이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필요한 부서에 긴급적으로 파견이 되는 역할이 그것이다.
그때도 여느때 처럼 자주 보는 얼굴들과 함께 일을 했었다. 그런데 못보던 얼굴이 한명 왔었는데, 그 날 우리 상영관에 Flying Tiger가 파견됐었던 것이다. 그는 어제는 축제 일일 신문을 배달하고 다녔단다. 그가 말하길, 다른 어떤 부서보다 축제의 여러가지 모습을 경험할 수 있어 좋다고. :)
Films 
 지금까지 본 영화로는 아래의 것들이고, 특히 굵은 글자로 표시한 영화는 내가 좋게 보았던 것이다. ;-)
Zero -Pawel Borowski
La Terre de la Folie -Luc Moullet
Do It Again -Robert Patton Spruill
R -Michael Noer/Tobias Lindholm
Los Viajes Del Vieto -Ciro Guerra

Crying with Laughter -Justin Molotnikov
Lourdes -Jessica Hausner
Lost Persons Area -Caroline Strubbe
Miyoko-Tsubota Yoshifumi
Un prophete- Jacques Audiard
Like Water Through Stone- Marila Rocha
Skeletons- Nick Whitfield
The White Stripes: Under Great White Northern Lights- Emmett Malloy
Red White & Blue- Simon Rumley
Lebanon-Samuel Maoz
Paju-Park chan-ok
Bounded Parallels- Warwick Galstyan
The Sentimental Engine Slayer-Omar Rodriguez Lopez
Hotel Atlantico- Suzana Amaral
My son, My son, What Have Ye Done?- Werner Herzog
Shocking Blue- Mark de Cloe
In the Wood- Angelos Frantzis
Ne change rien- Pedro Costa
Atletu- Davey Frankel, Rasselas Lakew
Alamar- Pedro Gonzalez Rubio
My Queen Karo- Dorothee van den Berghe
 친구들로 부터는 Red White& Blue-Simon Rumley, 봉준호 감독의 마더, Alamar- Pedro Gonzalez Rubio, Win/Win- Jaap van Heusden, Tetro- Francis Ford Coppola가 좋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Spectrum-Shorts 섹션의 몇 영화들은 실망스럽다는 이야기도..(그냥 웃지요.)


 

www.filmfestivalrotterdam.com


by 두들리 | 2010/02/02 11:12 | 수첩을 놓고 다닐 때도 있다 | 트랙백 | 덧글(3)
2010년 01월 12일
18-마지막

  이것들을 꼴라주 보다는 콜렉션,수집카드로 부르고 싶다. 내가 현장에서 지녔던 것, 만졌던 것, 얻었던 것을 지속하고 싶었다. 깨끗한 새 것에서 구겨진 자국, 주름들을 보고, 흘린 케찹의 지저분함을 보고, 접힌 자국에서 검은 손 때를 보고는 내가 만졌어서 그렇다는 일종의 '애정'이 느껴지는 것이다.
 

 
 
 
 
 
by 두들리 | 2010/01/12 05:17 | 이탈리아에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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