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0일
정훈 2008 여행일기 #25

7 13일 일요일

 

 확실히 아침 날씨까지 이곳이 함부르그Hamburg 보다 좋았다. 제공되는 아침을 먹으러 호스텔 식당으로 내려갔더니 빵 종류도 많고, 잼도 딸기에 블루베리에 꿀에 사과에,,, 많고, 커피, 주스, 토스트를 해 먹을 수 는 기계! 식당 분위기도 넓고 깨끗했다. 만족스러운 아침이었다. 먹는 중에 멀리 테이블에서 보이는 사람들은, 한국인인가? 나이가 있으신 부부를 발견. 나는 작은 도시로 여행을 오신 나이 든 부부가 좋아 보였다. 그 아주머니께서도 나를 발견 하시곤 내가 먹고 있는 테이블로 오셨고, 한국인 학생인가벼? 하셨다. 나의 대화는 아주머니가 물어보시는 것을 거의로 이루어 졌다. 아주머니께서는 이런 저런 자기가 살고 있는 얘기, 아들, 며느리 얘기, 취미로 유기농장을 하시는 얘기, 덕분에 건강이 좋다고 얘기 하셨고, 나는 피부가 좋아 보이신다고 이야기가 한창인 아주머니를 더 격려해드렸다. 아주머니는 나의 3달 여행에 대해 걱정과 격려를 많이 해 주셨다. 그리고 멋진 학생이라고 격려해 주셨다. 사실 아주머니와 말하는 동안 눈에서 눈물이 많이 고였다. 엄마 생각이 나서일까, 그래도 아주머니는 (나도 놀란)조금 흐르는 내 눈물을 보시고도 모른 체 해 주셨다. 분명 아주머니도 많은 옛적이 있었으리라.


 밖으로 나와 도심으로 향하는 다리를 건너자마자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일요일 시장 인가 보았다. 옷들, 신발들, 속옷들, 닭들까지. 닭을 왜 살까? 계란을 먹으려고 사나? 그리곤 역시 어디서나 시장의 재미, 간이 음식을 파는 뚜껑을 연 트럭들도 곳곳에 있었는데, 이곳은 양파볶음에 소시지가 대세이다.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치즈를 무지막지하게 걸어 놓은 트럭 장사들도 있었는데, 줄을 서 기다리는 손님은 주로 노인들이었다. 시장을 따라 올라가다가 시장 밖으로 빠져 나와 집들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날씨도 따뜻하여 나른해지기에 딱 좋은 그런 조용한 곳이었다. 그 중 창문을 열어 놓은 한 방에서 라틴 분위기의 흥겨운 음악과 모인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이른 시간인데 짐작되는 그 방의 분위기는 술을 마신 밤 중으로 느껴졌다. ㅋㅋ. 날씨는 따사롭고 관광객은 없고, 그 지역 주민들은 시장에서 한껏 사온 풍요로운 것들을 담은 바구니를 지고 다니는 그런 곳이었다.



 그 언저리를 한껏 즐기고 좀더 도심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도심은 기대 이하였다. 북적대는 사람들과 관광지로 정해진 볼 것들, 거리들은 나를 지루하게 했다. 좁은 도로엔 차들로 꽉 차서 길을 건널 땐 이리저리 확인을 하고 건너야 했다. 나는 그들이 차에 앉아있을 때 그 앞을 지나가는 게 정말 싫다. 나에겐 못난 도심이지만 그래도 둘러는 보자 하는 불필요한 의무감으로 그냥 둘러보았다. 지도에 소개된 조용하다는 교회도 두어 군데 가 봤다가 재미 없어 때려 쳤다. 나는 흥미를 잃고는 시장 주위에서 지나온 한 카페가 생각나 그 곳엘 가기로 결정했다.

 지나온 그 카페는 유독 사람들로 붐비는 카페였다. 한 밤중의 술집처럼, 카페 안에 앉을 곳이 모자랐고, 밖의 테이블에 앉을 곳도 모자랐고, 그 앞의 보행자 길의 턱에 걸쳐 앉아 맨 땅을 테이블 삼아 커피와 담배를 마시고 있다. 나는 그 장면이 새로웠고 재미있었다. 그들을 오랫동안 보고 싶은 생각에 나도 그 북새통 속에서 겨우 커피를 하나 시켰다.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이미 전에 주문한 커피가 나왔고, 찻잔과 티스푼을 아슬하게 받쳐 들어 카페 속의 사람들을 본다. 그 중 가장 눈이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영화에서 보면 가끔 맥주 컵 받침 종이 밑면에 전화번호를 써주곤 하지 않는가. 하지만 내가 만난 이 중년 사람은 그 밑면에 드로잉을 하고 있다. 볼펜은, 깍지는 어디 있는지, 얇은 잉크 막대만을 쥐고 시끄러운 카페에서 묵묵히 드로잉에 빠져있다. 나는 그 사람이 너무 재미있었다. 나는 그 사람이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않는 괴짜라고 짐작했었는데, 들어오는 사람들과 인사를 꽤 몇 번 나눈다. 그로 보아 이 사람은 이 카페를 자주 오는 사람일 것이었다; 와서는 오늘 같은 식으로 시간을 보내겠지. 북적한 카페에서 나는 서 있은 채로 이미 다른 사람이 자리잡은 테이블이었지만 자연스레 나의 커피를 올려놓고는 건너 보이는 그 그림 그리는 사람을 구경하고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낯선 사람이 어떻게 보였는지, 그가 나를 보고 오라고 한다. 나는 갔다. 그리고 그는 갑자기 사라지더니 어디에선가 작고 낡은 고동색 둥근 등받이 의자를 친철하게 갔다 주었다. 나는 고맙다고, 앉았다. 그와 그의 친구 한 명은 좀 전부터 돌려가며 그림 그리기를 하고 있었다. 나도 같이 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들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영어를 못했다, 거의 전혀! 그래도 일단 쉽게, 나도 그 드로잉 놀이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 화가는 나에게 펜과 맥주받침종이 바통을 넘겨주며 손으로 이곳 저곳을 날리는 모양을 취했다. 이것 저것 편한 대로 그리라는 소리로 알아들었다. 그렇게 셋은 돌려가며 드로잉을 했다.
새로운 맥주받침에 새로운 그림이 시작되었다. 나에게 첫 시작을 넘겼다. 나는 망가진 자전거를 그렸는데 바통을 받은 그 화가는 그림이 이걸로 끝났다고 했다. 나는 처음에 내가 그린 그림이 좋아서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줄 알았다. 말이 안 통해서 도대체 그가 왜 끝났다고 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나는 100% 이것이 어린 생각을 했던 나의 착각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림을 다 그려버린 것이다. 다음 사람에게 상상해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못한 무미건조함으로! 그래서 그 그림은 나로 시작해서 바로 끝났다. 다음 그림이 새롭게 시작이다. 그가 시작한 이번은, 무엇을 구성하지 않는, 날리는 선들로 시작이 됐다. 내 차례가 되니 또 손을 이리저리 휘젓는다. 그 그림은 특히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작은 송사리 비슷하게 생긴 것들이 화면 가장자리에서부터 안쪽으로 몰려오고 가운데에는 크게 얼굴이 있는데, 사실, 무엇을 완성하려 하지 않는 선들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라 얼굴 같지만은 않은 얼굴인 그림이다. 이 설명이 그 그림을 묘사하는데 터무니없이 별로인 것을 알지만 사실, 세명이서 돌려가며 끄적대며 점점 구상되는 현상인데 말로 뾰족히 묘사할 만한 그런 류가 아니다. 그는 다음 그림에, 거울에 비친 여인을 꼬부랑 선으로 그렸고, 다음으로 나는 생각 끝에 거꾸로 된 남자의 그림자를 그렸다. 아주 가끔씩만 웃는 표정이 그를 차분한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안으로 티를 입고 그 위로 일상적인 느낌의 와이셔츠를 단추를 하나만 풀러 입었다. 그 위에 일상적인 느낌의 자켓.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화가는 영어를 전혀 못해 옆 친구가-아주 아주 조금이라고도 할 수 없을 만큼으로-조금 둘 사이 대화를 중계해 주었다. 그렇게 몇 장의 그림놀이가 오가고, 인상에 남은 몇 말과 상황들이 있었다.

 

Before civilization.

좋지 않은 technology.

항상 전쟁.

그리고 그의 손을 휘휘 날리는 제스쳐.

내가 망가진 자전거를 그렸을 때 그가 더 이상 바통을 받지 않은 것.

 

 난 내가 이만 간다고 했을 때 그는 전혀 다른 기색 없이 손을 까딱 들어 인사를 표하곤 다시 던 일을 했다. 나도 모르게 살가운 인사를 예상했던지, 인사가 조금 아쉬웠다.


 숙소에 왔는데, 4인 방인데-독방 행운이다. 나는 빨래를 일삼아 널고 샤워를 하고, 발을 평소보다 깨끗이 씻고 내 모든 짐들을 방 곳곳에 점령시킨 체 너무 편안하고 맛난 시간을 갖고 있다.

LIEGE, BELGIUM
 
 

계단 전망대


사진으로 보이는 계단의 꼭대기 집의 창문이다.
멋진 계단의 전망대에 대한 설명을 창문에 붙여 놓은 일반 가정집.
 이 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해주고픈 작지만 사랑스러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집 주인에게 소중한 사람이 그렸을- 창문에 전시된 그림
 
 
 
 
 
by 두들리 | 2008/12/20 00:13 | 직접가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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