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23일
정훈 2008 여행일기 #34

7 22일 화요일

 

 계속되는 생각. 오늘 북서쪽으로 걸었습니다. 아침에 손바닥만한 큰 바게트를 두 개나 먹어 가는 길에 배가 든든했습니다. 가는 길은 한적하고 조용한 (이 지역 주택가가 그렇듯) 주택가들이었습니다. 웬만큼 갔을 때 옆으로 새는 비 포장길이 나왔습니다. 새로운 그 길로 갔습니다. 그곳은 분위기가 전혀 다른 마을이었습니다. 자기 집 넓이 만한 앞 뜰을 모두 가지고 있는 집들이었습니다. 작고 초라해 보이는 작은 집들은 자기 앞 뜰을 너무 잘 꾸며놓았습니다. 이쁘다기보단, 여러 종류의 채소들을 심어 놓았고 생활채소들도 줄 맞추어 기르고 있었고,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받침기둥도 세워놓았고, 어느 집은 난장이 조각상들을 곳곳에 꾸며놓았고, 또 어떤 집엔 아이들 풀 장인 것 같은 조개모양의 대야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길은 계속해서 비포장의 좁은 길이었고 좁은 길 양 옆으론 나무 담장이 세워져있는 잘 정리된 깨끗한 길이었습니다. 길 골목골목을 헤매고 구경하며 낮은 나무 담 넘어에 집들과 그의 앞 뜰들을 구경하니 그 길의 끝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작은 나무 문이 열려있었습니다. 그 곳으로 나가니 들이 있고 냇물이 흐르는 곳이었습니다. 인상에 남을 순간이었습니다. 그곳엔 풀도 축축하여 내 발을 덮고, 옆에 큰 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무는 너무 커서 같은 뿌리에서 보통나무 8개정도로 나눠 뻗은 아주 큰 나무였습니다. 그리고 그 잎들은 밑으로 쳐지는 모양으로 저의 어깨까지 내려옵니다. 그곳에서 달팽이들을 봤는데 두 걸음에 한 마리를 발견할 정도로 많았고 크기도 아주 아 주 컸습니다. 그 큰 달팽이도 다른 달팽이와 같이 느렸습니다.

 아주 큰 공원엘 가게 되었습니다. 하늘이 트여있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시간을 보낼 듯한 공원이 아니었고, 생태공원 느낌의 어둡고 축축한 공원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교회의 종소리(라고 생각되는)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엔 교회의 종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소리가, 하나의 종소리라 하기엔 너무 연속으로 났고, 그렇다고 많은 종들의 소리라고 하기에도,, 상상할 수 없었던 독특한 연주 소리였기 때문입니다. 오르간 연주를 들은 이후 소리에 대해 좀더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에도 그 소리가 공기의 진동을 타고 아주 멀리 있는 나에게로 들린다고 생각하니 좋았습니다. 처음에 그것을 종소리라고도 생각하기 이전에 생각하길, 이 소리가 들리는 소리인가, 마음에서 들리는 헛소리인가 헷갈렸습니다. (그때의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걸으며 생각을 이어나갔는데, 실재로 들리는 소리와 마음속 판타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들리는 소리인지 판타지인지 구별할 수 없는 것. 내가 들은 그 소리가 실재면 어떻고 헛소리였음 어떻겠습니까. 그 종소리는 걷는 동안 오래 계속되었는데 그 들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연주되는 건지, 내 마음에 남아 그 여운이 계속되는 건지는 아직도 분간할 수 없습니다.
LEIPZIG.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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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들리 | 2009/01/23 16:17 | 직접가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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