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07일
정훈 2008 여행일기 #66

8 23일 토요일


 
숙소가 너무 좋다. 여행 중 첫 독립된 방이어서 그런지 마음과 짐들이 너무 편안하다. 오전 9시에 밖을 나가 방랑하는 관광을 하고는 2시쯤이 되어 아침으로 먹은 샌드위치가게에서 같은 샌드위치를 사 들고 들어왔다. 배가 고팠던 터라 우적 해치우고는 가지고 있었던 와인 세 잔을 한번에 마셨다. 노래를 귀에 꼽고 나니, 이미 나는 이 방에 취해 있었다. 혼자 놀다 잠이 들었다. 순간 일어나 시계를 벌떡 보니 4시쯤이 되었다. 창문 가리개를 들추어 내다보니 아직도 햇볕은 뜨겁다. 그리고 조금 노랗다. 나는 창 밖을 잠시 보았다. 방금 일어난 덕에 조금 찌뿌둥한 몸과 창 밖에서 느껴지는 쏟아지는-작렬하는 햇볕을 느끼며, 더운 지방 사람들의 삶 속 태도를 조금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방에 다시 누워있는데 나가서 관광을 하긴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 방을 아주 좋아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니 좀 더 늦장을 즐기기로 했다.

 쉬면서 창문 쪽에서 방 안을 바라본다. 문득 평소완 다른 생각이 들었다. 유리 탁자 위에 놓여져 있는 나의 물건들에 대해서 말이다. 놓여진 물통이랑 연필자루들, , 돈 등은 그 동안 조여져 있던 숨을 놓아 쉬듯 자리하고 있었다. 모두 가방 속에 꼭꼭 들어가 있었던 것들을 주인인 나 조차도 이제서야 차근히 본 느낌이다. 그리고 투명인 물통, 그 뒤 굴절된 탁자 장식도 본다. 이리저리 뒹굴다 6시가 못 되어 나온 것 같다. 나와서 알카자 궁을 봐야지 하다 포기해 버렸다. 폐장 시간 까지 두 시간 정도 남았을 때였는데 줄 선 사람들은 한창이다. 내일 개강 시간에 맞추어 나갔다 와야지 하며 미뤘다. 이번엔 이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관광인포로 문 닫을랴 바쁜 정신에 달려가느라고 다음 목적지-포르투갈-버스 시간표를 얻지 못했던 터라, 터미널로 향했다. 출발 당일에 짐을 매고 마냥 기다리는 일에도 싫증이 난 터라 이런 방식으로 바꾼지 좀 되었다.


 
터미널에서 오는 길 시에스타가 풀릴 시간 쯤에 이미 문을 열고 있었던 상점에 배 채울 것을 사러 들어갔다. 중국계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운영하고 있었다. 나는 어둡고 먼지 쌓인 마켓 복도를 돌아 먹고 싶은 것 사기를 단념하곤 허술한 유리 박스에서 바게뜨 2개를 손으로 집어 들고 콜라와 음료를 사서 나왔다. 그래서 내 손엔 흰 비닐봉지 두 개가 달랑달랑 쥐어져 있다. 도심으로 오는 길 나는 골목골목 방랑했고 길을 가다 유리창에 물건들을 진열 해 논 가게에 자주 멈추었다 가곤 하였다. 언제나 그렇듯 특별한 지도를 좆아 가지 않아도 계속 계속 가다 보면 봐야 한다고 하는 것들이 모두 나오고 뜻 밖의 골목, 장소들이 나오게 마련이다.


 숙소주변 골목까지 봉지를 달랑달랑 들고 배회하는데 기념품점 앞 두 청년이 말을 건넨다. 이런저런 도시 관광지를 소개해 주곤, 이름을 알려준 뒤 몇 마디 주고 받다가 한 청년과 이야기를 이어나가게 되었다. 자기가 세비야 축구팀 공격수인데 내일 밤 10시에 경기가 있다고. 그는 내일 밤 10시에 TV에서 자기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도시를 구경 시켜준다는 그를 따라 골목골목 빠르게 다녔다. 나무에서 오렌지도 따주었다. 그는 자기가 스페인 사람이라고 했다. 아빠도 스페인, 엄마도 스페인, 할머니, 할아버지도 스페인, 그래서 자기는 스페인, 스페인, 스페인 이라고, 토로를 하는 스페인 이라고 했다. 그는 멋진 구도로 야경이 보이는 장소도 보여주었다. 그와 헤어지면서 나는 내일 있을 경기를 위해 빅토리!를 외쳐주었다. 그도 내일 넣는 골은 날 위해라고 해 주었다.

SEVILLA, SPAIN

그가 소개해 준 멋진 구도
 
 
 
 
 

by 두들리 | 2009/06/07 01:09 | 직접가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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