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이 왔다. 아침에 일어나 바로 컴퓨터를 켜고 어제 아빠, 엄마께 보낸 메일이 왔는지 확인했다. 두 분 모두에게서 바로 답장이 와 있었다.
부운 눈을 닦고 사과를 꺼내려 부엌엘 갔다. 사과를 닦는 물 소리에 룸메이트의 닫힌 방문에서 이바Eve가 "굿모닝" 인사를 한다.
"밖에 눈이 왔어" 아바는 말했다.
"뭐!와!"
내 방 창문은 그때까지도 닫혀 있었다. 첫 눈이다. 복도로 뛰어가 큰 창문에서 세상을 보았다. 벌써 두 아이는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방에 돌아와서 내 방 창문 넘어로 보이는 익숙한 풍경의 눈에 덮힌 모습을 사진찍어 두었다.
갑자기 생각났다. 옆 집 아야코Ayako 약속했었는데... 첫 눈이 오는 날 로테르담 관제탑인 유로마츠Euromaarts를 가자고. 약속을 못 지키게 생겼다. 오늘 파리로 떠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따가 아야코를 만나 '내린 눈'에 대해 서로 강아지처럼 떠들 것이다.
친구 리Lee에게서도 메일이 와 있었다. 그는 내가 여기 로테르담에서 더 머무를 수 있는지 없는지, 일을 구하는데 도와주고 있는 너무 고마운 친구이다. 그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 몇가지를 소개해 준 적이 있다. 그는 말하길, 그의 사촌에게서 답메일이 왔고, 더 자세한 내용을 다시 물어보겠단 메일이었다. 그게 잘 되어 여기서 좀 더 생활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오늘은 안정스럽다. 아빠로 부터 온 메일도, 엄마로 부터 온 메일도, 리의 메일도. 그리고 하얀 눈.
로테르담에서 멀어질수록 푸른 땅에 눈이 녹아 내리는 관경을 상상했었다. 그러나 도시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벌써 벨기에에 들어섰지만, 흰 눈은 더욱 짙어져 갔다. 흰 눈이 주로 만들어 내는 회색 명암의 세상을 보면서, 시간이 늦어져 갈 수록 노란 불들이 켜진다. 집의 등은 따뜻하고 자동차의 눈은 아이들의 구슬을 달아 놓은 듯 귀엽다. 뒷문이 열린 콘테이너를 이고 달리는 트럭. 시원한 날씨에 뒷통수를 열고 드라이빙.
하하. 버스가 정차했다. 익숙한 돌계단이 보인다. 안트베르펜Antwerpen. 작년 여름에 내가 애먹었던 그 장소이다 (바로가기). 이른 새벽에, 늦은 밤에 초조하게 앉아 기다리기만 했던 그 곳이다. 거리는 눈으로 얼어 있었다. 거리의 작은 나무들 위로 새로운 눈이 덮혀 있다. 쌓인 눈이 꽤 무거운지 푸른 가지들은 아래로 내려 앉아 있다. 그리고 버스는 금방도 다시 떠나는 군. 호이호이 신난다.
도착 예상 시간보다 버스가 1시간 반이나 늦게 도착했다. 지은이가 알려준 연락 가능한 핸드폰 번호를 집에 놓고 온 나는, 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을 지은이가 걱정 되었다. 차라리 집에 돌아가 있으면 내 마음이 편할 차였다.
파리, 파리. 터미널에 도착한 나는 가방을 챙기고 옷을 다시 여미고 일어섰다. 버스의 큰 창문 앞에서 손을 크게 흔들고 있는, 빨간 목도리를 크게 두른 지은이가 보였다. 나도 버스 안에서 손을 크게 흔들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앞 좌석에 앉아 있었던 스위스로 가는 여자 아이가 우리를 보고 크게 미소지었다. 그것 마저 좋았다.
나는 그때까지 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지은이가 고마웠다. 우린 꼭 껴안았다.
지하철을 1+1으로 승차하고, 친하게 마주앉았다.

지은이와 그녀의 방
12월17일